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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치킨배달 주문의 추억

익명
2019.10.10 00:44 7,215 0 1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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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치킨이 땡겨서 자주 시키던 치킨집에 전화했다. 
바쁜지 먼저 걸려온 전화가 있어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길래 네 하고 대기.
다른 전화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멀어지는 발소리.
1분 경과. 2분 경과. 3분 경과.
...이쯤 되니 전화 받는 쪽에서 날 잊은건가 싶어진다. 여보세요? 반응 없음. 계속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전화를 끊을까? 아냐 쿠폰이 9개다 기다리자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불러보다가 그래 따라해보면 알겠지만 여보세요 하다보면 하게 되어있는게 있지.
결국 시작해버렸다. 드립더 비트 예아.

1차.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팔리니~ 여보세요 왜 말 안하니 양계장갔니 내가 많이 시킬것같아서 그러니~ 쳇 들켰나 너처럼 눈치 빠른 알바는 싫어.
반응이 여전히 없길래 2차. 
이보시오 전화가 안된다니... 내가 치킨을 못먹는다 그 말이오? 나 이렇게 오래 기다릴 수가 없소! 전화, 전화를 좀 받으시오! 내가... 치킨을 못먹는다니! 채식을 하라 이 말인가? 채식이라니 아니 내가 채식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채식이라니! 주인님 채식하자 낑낑 개소리하지마! 알바님 저 맘에 안들죠

솔직히 이정도면 전화 받을 줄 알았는데 여전해... 통화시간은 6분을 지나고 있었다. 그래 3차 가자.
주문을 정지합니다. 정지하겠습니다. 안 되잖아? 어, 정지가 안돼. 전화를 받지를 않아. 안돼!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을리가 없지 젠장 치킨 간만에 먹겠다는데 나한테 왜그랬어요 말해봐요 내가 그쪽에 치킨무욕을 했던가 슬픈 꿈을 꾸었습니다 치킨을 못먹는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 전화 좀 받으시오 받으란 말이오! 안되겠소 취소합시다!

까지 하고 휴대폰 보니 8분 경과.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꿍짜자 쿵짝을 틀어줘야겠다 싶어 검색하여 
유튜브 주소를 발견, https://www.youtube.com/watch?v=mG-8-_skpGY 틀었다.
30초정도 진행되었을때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알바가 당황했다. bgm을 줄이고 조용히 물었다. 

주문전화 치킨, 기억하고 있나요(아련)

알바의 죄송합니다 리믹스를 듣고 그렇게 장장 십분에 걸친 오늘의 주문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배달시간 1시간이래 흑.
아 치킨 먹기 힘드네 거참. 역시 간만에 먹어서 그런가... 자주 먹어줘야 하나보다.(잘못된 방향의 긍정왕)

사실 9분 넘어가도 전화 안 받았으면 그간 갈고닦은 모든 드립을 펼쳐보려 했는데 아쉬웠다. 잉여의 위엄을 드디어 쓸 곳이 생겼구나 싶었거늘...


3년전 여름 페북에 썼던 글.
당연하지만 치킨은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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